"진실 묻힌다" 대통령 사면도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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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가 주장해온 진실이 묻혀버릴 수 있기에 대통령의 사면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멕시코의 한 양심수가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특별사면 제의를 뿌리쳐 화제다. 주인공은 호세 프란시스코 가야르도(55)전 육군 준장. 그는 1993년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 때 군부 내의 인권침해 실상을 폭로한 뒤 부정축재자로 몰려 28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당시 가야르도는 자신의 양심선언에 대해 '괘씸죄'가 적용된 결과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멕시코의 양심'으로 떠오른 그의 존재는 지난달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여류 인권변호사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인권단체들에 의해 부각됐다. 마침내 폭스 대통령은 최근 특별사면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야르도는 아들 마르코 비니치오 가야르도(27)를 통해 "사면 제의를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폭스 정부의 사면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그는 코스타리카에 본부를 둔 미주 인권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2주일 안에 나올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누명을 벗게 되면 군내 부패와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참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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