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목진석, 기성 이창호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지난 주 목진석6단(20)이 최강의 신예기사 이세돌3단을 2대0으로 일축하고 기성전 도전권을 따냈다.

이미 15살 때 중국의 녜웨이핑(攝衛平)9단을 꺾어 '괴동(怪童)'이란 별명을 얻었던 목6단이 이창호9단을 상대로 다시 칼날을 겨눈 것이다. 목6단은 2년 전 기성전에서 이창호9단에게 도전했다가 2대0으로 완패한 일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TV 속기전인 KBS 바둑왕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창호.이세돌이 멈칫 하는 사이에 슬며시 부상하고 있는 목진석을 만나봤다.

-이세돌3단과의 승부 내용은.

"1국은 서로 착각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다가 운좋게 승리했다.2국은 처음부터 쉽게 풀렸다."

-지난해엔 이세돌3단에게 2전2패했는데 올해는 2승1패다. 이3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목6단이 강해진 것인가.

"이3단의 기세가 32연승을 질주하던 지난해보다 못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3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목진석과 이세돌의 통산전적은 목6단이 8승6패로 우세)

-목6단은 이창호9단을 꺾고 우승컵을 차지한 최초의 신인기사다.기성전은 이번이 두번째 도전인데.

"이9단과 5번기는 처음이다.단점을 잘 보완하여 최선의 승부를 펼쳐보이겠다."(목6단은 끝까지 수를 따져 보지 않고 '감'으로 두는 것이 자신의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이창호9단의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이9단은 장점은 많고 단점은 보이지 않는 기사다. 정신적으로 누구보다 안정돼 있으며 각 부문에 고루 강하고 뚜렷한 실수도 없다."

-지난번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창하오(常昊)9단과의 대국에서는 '뚜렷한 실수'가 등장했는데.

"나도 놀랐다.바둑만 놓고 말한다면 이9단은 그런 바둑을 둘 사람이 아니다."

-이창호9단의 바둑이 변하고 있나.

"전엔 기풍이 수비적이었으나 요즘엔 전투도 사양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창호9단에게서 배울 점은.

"바둑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겸손함을 본받고 싶다. 이9단은 세계최강자인데도 그걸 과시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모든 후배들이 이9단을 좋아한다."

-목6단은 중국어에 능한 중국통이고 또 중국바둑리그에 맨 먼저 진출한 한국기사다. 지금까지의 활약 내용은.

"저우허양(周鶴洋)9단.구리(古力)5단과 함께 충칭(重慶)팀에서 활약하고 있다.충칭 팀은 현재 갑조 1위를 달리고 있고 우승이 유력하다. 마지막 대국을 위해 24일 중국에 간다."

-돌아오면 곧 이9단과의 도전기가 시작될 텐데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판 앞에 앉은 이9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