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단체의 정치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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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내년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이익단체인 이들의 정치 참여를 계기로 각종 단체들의 정치 세력화 시도가 봇물을 이루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들 단체의 움직임은 DJ정권의 의료.교육 정책의 혼선에 따른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의약분업과 교원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이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 개혁을 추진하다가 준비되지 않은 개혁의 실패를 인정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단체는 대선.총선 후보에게 정책 방향을 미리 물어보고 자신들과 이해가 다를 경우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정치 참여는 자기방어 수단이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적 다양성과 역동적인 흐름을 몰고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의 경험과 제안을 우선하기보다 여론에 떼밀려 개혁 혼선을 초래했던 점에서 정부.여당은 반성의 자세로 이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전제와 한계가 있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 자신들만의 극단적 이익 추구로 극도의 혼란을 초래해선 안된다. 예컨대 독자 후보를 내는 등 사실상 정당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교총의 경우 특정 정당.후보 지지,정치자금 모금 등을 목표로 하는 반면 의협은 특정 정당 지지는 자제하겠다는 등 참여 수준은 각기 다르다. 두고볼 일이지만 큰 테두리에서 볼 때 내부 의견 집약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참여 방향이 공익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16대 총선 당시 선거법을 거슬러 가면서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한 시민단체가 여론의 호응을 얻었던 것도 한 단체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야 정당은 멋대로 정책을 재단하고 실정을 거듭함으로써 전문가 집단의 분노가 여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 단체의 주장과 입장을 정치적 틀 안에서 어떻게 수렴할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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