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쇄신 대통령이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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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DJ 정권의 공권력은 어디까지 추락하는가. 거듭된 재수사.특검으로 검찰은 불신의 대상이 돼버렸고, 공권력의 다른 축인 국정원도 일그러져버렸다.

국정원 김은성(金銀星.국내담당 책임자) 전 2차장과 그 라인(경제단장.경제과장)의 '진승현.정현준 게이트' 연루 의혹에는 권력 탈선, 특정 학교.지연(地緣)끼리의 뭉치기, 권력 내 비선라인 논란 등 국가 정보기관이 피해야 할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대목은 연고(緣故)주의의 폐해다. 金전차장의 업무 라인은 같은 지역 출신끼리 맺어진 특정 인맥이라는 것이며, 국내 정치.경제의 민감한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써먹었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특히 이 라인이 동교동계 구파에 줄을 대고 정식 지휘라인에서 이탈했다는 의혹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라인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지난해 12월 당시는 임동원(林東源)원장 시절로 통솔 방침은 대북 문제에 전념하고, 철저한 정치 불개입이었다.

그러나 핵심 간부들은 이 방침을 우습게 알고 딴짓을 한 셈이다. 문제는 자신들의 비리 의혹을 감추기 위해 권력을 이용, 정치권과 검찰쪽에 구명 운동을 했다는 의심 가득한 흔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국정원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먼저 추적해야 할 부분이며, 그래야만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도 확실히 가려질 수 있다.

'익명(匿名)과 음지(陰地)에의 열정'을 내세우는 정보 요원이 또 다른 음지를 찾아 헤맸던 추한 장면들은 DJ정권의 국정원도 별 수 없구나 하는 개탄을 낳게 한다. 국정원 개편으로 위세가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정원만큼 막강한 조직은 없다.

이 조직이 내부 갈등과 국민 불신의 대상이 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길 수밖에 없다. 권력 탈선이 일부 조직에 의한 것인지, 개인 차원의 비리인지도 확실히 밝혀야 한다.

내부 기강을 다시 세우고 편중인사 시비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바로 선 공권력이 뒷받침돼야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전념 구상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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