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EBS '외침과 속삭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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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침과 속삭임 (EBS 밤 10시)=스웨덴 감독 잉그마르 베리만의 1971년작. 네 명의 여성을 등장시켜 그들의 황량한 내면과 불안정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붉은 색 커튼과 벽면, 어스름한 저택을 배경으로 네 인물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냄으로써 시종 실내 심리극의 분위기로 끌어간다. 이를 위해 베리만 감독은 처음으로 컬러로 영화를 찍었다.

냉정하고 불감증 증세를 보이는 카린(잉그리드 툴린), 분별심이 모자라고 행동이 다소 난잡한 마리아 (리브 울만), 동성애 기질을 갖고 끊임없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아그네스(해리엇 앤더슨), 그리고 하녀 안나(캐리 실반).

병으로 죽어가는 아그네스와 그녀를 대하는 나머지 세 여인의 행동과 말투 등을 통해 진정한 관계의 불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부르주아적인 도덕과 가치관, 종교적 규율이라는 외피에 순응하는 듯 하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굴레를 벗어나려는 갈망 속에서 방황한다.

베리만과 단짝을 이뤘던 촬영 감독 스벤 닉비스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했다.

영어 제목 Cries and Whispers. ★★★★. (★ 5개 만점)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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