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발목잡는 '백색 유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연예계는 '백색(白色)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가.

순수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탤런트 황수정(31)씨가 히로뽕을 투약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1970년 이후 거의 해마다 마약과 대마초 수난을 겪어 온 연예계로선 또 다시 도매금으로 손가락질을 받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0년간 마약으로 구속된 연예인은 줄잡아 20여명. 가수 L.S.H씨 등 인기가도를 달리던 연예인들이 사회에 충격을 던지며 추락의 길을 걸었다. 97년 검찰의 마약사범 직업별 분포에서 연예인이 5위를 차지한 부끄러운 기록도 있다.

최근에도 인기 개그맨 S씨가 대마초를 피워 구속됐는가 하면 힙합그룹 멤버 4명과 탤런트.가수 등이 줄줄이 적발됐다. 사용 마약류도 대마초 등 비교적 약한 종류에서 히로뽕.엑스터시 등 '강력한' 마약류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연예가에는 "누구누구도 한(했)다더라…"는 식의 '마약괴담'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이런 괴담들 중 상당수는 검찰쪽으로 흘러가 수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지검 정선태 마약수사부장은 "근거 없는 비방을 포함해 미확인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름만 오가도 당사자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연예인들이 마약에 탐닉하는 이유를 낮밤이 뒤바뀐 바쁜 스케줄과 무대 공포증, 인기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해석한다.최근 일반인에게도 마약이 확산하는 추세지만 인기에 운명이 좌우되는 연예계의 속성상 유혹의 강도가 어느 분야보다 크다는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성(性)과 관련한 유혹이 원인이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검찰의 한 수사관은 "마약 유통에서 연예인들은 철저한 비밀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게다가 돈을 떼일 염려도 없으니 판매책들에게는 '봉'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