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권 유엔조사 활동] 서울대 백충현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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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90년대 후반 탈레반과 북부동맹 간의 내전 과정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공론화한 것은 백충현(白忠鉉.공법학) 서울대 교수에 의해서였다.

白교수는 95년부터 4년간 아프가니스탄 인권 문제에 관한 유엔 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했으며, 특히 97년 11월에는 북부 쉬베르간 지역에서 수많은 시신들이 매장된 무덤과 우물을 발굴했다. 다음은 白교수와의 일문일답.

-당시 집단학살의 실상은 어떠했나.

"잔혹성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당시 15m 깊이의 우물에 포로를 강제로 밀어넣고 수류탄을 던져 살해한 현장도 발굴했다. 군벌 관계자들은 반대파 군인이나 민간인들을 처형한 사실을 서슴지 않고 말해주었다. 쉬베르간 지역에서는 탈레반군 3천여명이 희생됐고 이듬해 이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은 반대편에게 잔인하게 복수했다."

-그러한 잔혹성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일단 종족갈등에 따른 적대심이 크다. 거기에 같은 이슬람교도라도 시아파와 수니파 간에는 종교 갈등이 있다. 또 내전이 계속되면서 서로 복수를 거듭하는 동안 적대감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집단 보복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높은데.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장기적 노력 없이는 종족간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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