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규직 과보호 해소에 해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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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IMF 협의단이 우리 정부에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를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우리 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의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은 환란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해 현재 노동부 집계로 540만명, 전체 근로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 숫자가 800만명, 55%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은 사실상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처우와 업무 여건은 훨씬 열악하며 항상 해고 불안에 떨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따른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비정규직 관련 법안대로 3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 3조5000억원의 추가 임금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인상하면 26조여원의 비용 부담이 초래된다. 이렇게 엄청난 추가 부담을 감내하고 살아남을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정규직 문제는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들이 왜 비정규직을 늘리는지 그 원인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풀어야 한다. 현행 노동 관련법에 의하면 근로자는 한 번 채용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해고가 어렵다. 정규직은 한 번 들어오면 노조의 보호막 아래 높은 임금 인상과 혜택,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거나 부담을 하청 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의 기득권 양보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연기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압박에 앞서 민주노총은 정규직이 스스로 비정규직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