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공정한 인사 나처럼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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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육군참모총장 인사와 지난 9일 경찰청장 인사는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육참총장에는 전북 출신 이남신(李南信)대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경남 출신인 김판규(金判圭)대장을 택했다.

경찰청장엔 전남 출신인 이대길(李大吉) 당시 경찰대학장 기용설이 떠돌았지만 金대통령의 선택은 충남 출신인 이팔호(李八浩)서울청장이었다.

군과 경찰의 수뇌부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보듯 임기 말에 가까울수록 '믿을 수 있는 내 사람'을 보임하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金대통령의 인사가 주목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金대통령의 인사가 달라질 것인지 관심사다.

金대통령은 과거에도 '공정인사'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핵심 요직의 호남 편중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군과 경찰 수뇌부의 인사는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사의 지역편중 현상을 시정하겠다는 생각은 金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맥락을 함께 한다.'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인사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12일 국무회의에서 金대통령은 향후의 최대 과제를 '3대 과업과 4대 행사'로 정하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경쟁력 강화, 민생 안정, 남북관계 개선과 월드컵.부산 아시안게임.아태장애인경기대회.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말한다. 임기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특히 金대통령은 핵심요직 인사를 통해 중.하위직에 이르기까지 지역편중 현상을 시정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민심을 악화시키는 것은 고위직보다 중하위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金대통령이 이팔호 청장에게 "내가 모범을 보였으니 李청장도 공정한 인사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청은 중앙인사위로부터 인사 편중성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지적받아 왔다.金대통령은 12일 장성급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여러분이 솔선수범해 바른 인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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