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수능'에 열받았나… 무더기 결석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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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8일 아침 서울 서초동 S고 3학년 한 교실.

전날 치른 수능시험의 가(假)채점을 하기로 한 이날 45명의 학급생 중 출석한 학생은 12명이었다.

이웃의 또다른 S고와 H고도 마찬가지. "평소 모의고사 때의 3백80점대보다 50점 이상 떨어져 학교 갈 기분이 아니다." S고 具모군이 밝힌 결석 이유다.

H고 金모(46)교사는 "무더기 결석을 하는 바람에 상위권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자체 채점 점수를 물어 성적을 파악했다"며 "결국 등교한 학생들도 모두 귀가시켰다"고 말했다.'불 수능' 쇼크가 남긴 후유증이다.

전날 밤엔 스트레스를 받은 일부 수험생들의 일탈 행동도 곳곳에서 잇따랐다. 8일 오전 1시 서울 종로구 숭인동 학원가 골목에서는 술취해 길가에 주차된 다마스 승합차 지붕 위에 올라가 차를 부수던 B고 金모군이 순찰 경찰관에 붙잡혔다.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된 金군은 "시험을 못본 분풀이었다"라고 진술했다.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싸움.음주소란.환각물질 흡입 등으로 적발된 청소년은 전국에서 5천21명. 이중 1백80명은 형사입건됐고, 4천8백31명은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 적발된 업소만도 전국에서 2백71곳.

경찰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예상보다 많았다"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어려웠던 시험인데 이성까지 잃어서야…"라고 딱해 했다.

정효식.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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