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쌀팔기 돕는 군무원 강창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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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서산농장 논을 분양받아 올해 처음 농사를 지은 이계섭(李啓燮 ·47 ·당진군 송산면)씨는 며칠전 큰 걱정을 덜었다.

서산농장 논 4만2천평에서 1백t이 넘는 쌀을 생산하고도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에 쌀을 사겠다는 도매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쌀 도매상을 하고 있는 김천경(37)씨가 최근 서산농장 농민들을 만나 쌀을 수매키로 약속한 것이다.金씨는 또 李씨 외에 서산농장 경작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사기로 정하고 농민들과 쌀값을 흥정하고 있다.

金씨가 이들 농민들을 만나게 되기까지는 한 군무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육군 제 32사단에서 12년째 동원관리관으로 근무중인 강창백(姜昌百 ·51세)씨가 주인공이다.

충남 태안 안면도 출신인 姜씨는 최근 고향이나 다름없는 서산농장 경작자들이 정부수매량 배정을 받지 못한 데다 미곡처리장에서도 수매를 거절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전국의 농민들도 쌀값하락으로 시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 즉각 소속 부대에서 쌀 팔아주기 운동을 펼쳤다.

그는 또 대전 등 대도시 쌀 도매상을 찾아다니며 서산농장에서 생산된 쌀을 구매해 줄 것도 호소했다.

“간척지인 서산농장에서 재배한 쌀이 다른 지역의 쌀보다 품질이 우수한 데다 이왕이면 지역 쌀을 팔아달라”고 간곡히 권했다.

그는 “고향 농민들이 재배한 풍년농사를 지었는데도 쌀을 팔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달초부터 지금까지 32사단내에서만 20㎏짜리 3백포대를 판매했다.서산농장 이외에 50여 농가의 쌀 2천5백가마(80㎏)를 팔아주는 성과도 거뒀다.

李씨는 “쌀을 생산해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팔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姜씨 도움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姜씨는 1988년부터 장학회를 설립해 고향의 중학생 여섯명에게 해마다 1인당 10여만원씩의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6천여평의 논농사를 짓다가 안면도 예비군 중대장을 거쳐 32사단에서 일하고 있는 姜씨는 “농민들이 농사인 생업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식량안보가 지켜질 수 있도록 쌀 판매를 힘껏 돕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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