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자금이 시동 걸고 뮤추얼펀드가 가속 페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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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국계 투자자금의 성격은 저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은 외국인 투자를 도매금으로 묶어 '순매수''순매도'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국계 자금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헤지 펀드(단기투기성 자금)와 뮤추얼 펀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단기매매성 자금도 유입됐지만,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 코리아'붐에 시동을 건 것은 역시 몸이 가벼운 헤지 펀드. 헤지 펀드는 지난달 말부터 입질을 시작했으며, 이달 10일까지 본격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정보기술(IT)주와 증권주. 헤지펀드가 매집대상으로 삼은 주식은 주로 실적에 비해 가격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이었다. 이 때 일부 뮤추얼펀드는 보유중이던 주식 일부를 팔아 한국 종목으로 갈아탔다.

교체매매로 시장을 저울질하던 뮤추얼 펀드는 지난 11일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미국 테러사태로 빠져나갔던 자금의 절반 가량인 50억달러가 11일부터 17일까지 뮤추얼펀드로 돌아와 실탄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지난 11일 이후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둔화됐고, 이번주 들어 유입된 외국계 자금은 대부분 뮤추얼 펀드"라며 "10월말 이후 결산하는 뮤추얼 펀드들은 대개 결산기 직전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활황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에 뛰어든다"고 전했다.

대세상승기 때 등장하는 외국계 연기금과 보험은 보유 채권 일부를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한국 종목을 약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난달 27일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5%가량 상승한 만큼 헤지 펀드와 단기매매성 자금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갈 시점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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