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고소·고발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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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0.25 재.보선과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관련, 정치인들끼리의 고소.고발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지검 등에 접수된 정치인끼리의 고소.고발 사건은 벌써 10여건에 이른다. 최근 고소.고발에는 비리 관련 사건도 있지만 대부분 폭로전이나 정치공세 과정에서 상대당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들은 "정치권이 정치적 분쟁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수사결과에도 승복하지 않는 풍토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 꼬리무는 정치권 고소.고발=지난달 25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여운환 면회설'을 주장한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전 의원 등을 고소한 것을 시작으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한나라당도 "벤처기업 자금이 이회창 총재의 측근을 통해 야당에 유입됐다"고 주장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원내총무를 지난 17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과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는데도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인 K.K는 김홍일과 권노갑"이라고 폭로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고소.고발했다.

◇ 검찰 부담만 가중=정치권의 무더기 고소.고발에 검찰은 곤혹스런 눈치다. 특히 명예훼손과 관련한 정치인 관련 고소.고발의 경우 사실관계 규명이 어려운 데다 조사를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정치인들이 고소.고발을 하는데는 열심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고소.고발을 당하면 소환요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고소.고발한 쪽에서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서울지검은 지난 6~7월 고소.고발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치인 관련 고소.고발 사건 4건을 각하하거나 무혐의 처리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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