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오른팔 자와히리 수차례 미국 밀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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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사마 빈 라덴의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50)가 1990년대 수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테러자금을 모은 사실이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자와히리가 당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이슬람 교인들로부터 약 50만달러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에 침투한 아랍계 테러분자들의 도움으로 도난여권을 이용해 입국했던 자와히리는 샌타 클래라와 새크라멘토 등 전국의 이슬람 사원을 돌며 테러자금을 모았다.

그는 이 돈으로 위성통신장비 등 테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1998년 탄자니아.케냐의 미 대사관 폭탄 테러범 알리 모하메드가 지난해 10월 연방법원에서 "자와히리의 미국 내 자금모금에 협력했다"고 증언한 법정기록에서 확인됐다. 이 돈은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폭파사건은 물론 지난달 미국테러참사에도 사용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카이로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의사 출신의 자와히리는 81년 당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암살을 배후 조종,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탈출한 뒤 지하드에 가담했다. 당시 지하드 단원으로 소련과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던 빈 라덴과 만난 것도 이 무렵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집트의 테러 전문가들을 인용, "자와히리가 이후 빈 라덴의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국제적인 지하 테러조직 구축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 전에 각국에 통보한 '증거'에서 "자와히리가 이번 미국 테러사건의 자살테러범들과 사전에 독일에서 접촉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그는 빈 라덴과 달리 자유롭게 이동하며 테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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