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마라톤] '예림원' 정신장애인들 "희망의 구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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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지난 21일 오후 3시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정신지체장애인 보호소 '예림원'. 언어장애인인 원원주(35)씨 등 세 사람이 운동장을 도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예림원은 1백14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모여 산다.지난 4월 부임한 체육교사 이동우(32)씨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란 생각에서 달리기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찌나 수줍음을 타는지 사람들이 안쳐다보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훈련했습니다."

이교사는 "장애인들이 대낮에 뛰는 것은 보통사람이 옷을 벗고 운동장에 서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석달이 지난 지금 이들은 예림원 식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달리고 있다. 이교사의 뒤를 쫓아가기도 힘겨워 하던 이들이 이젠 이교사보다 앞서 달린다.

목표는 10㎞코스 완주다.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다. 다만 이들이 싸워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과 자격지심이다. 완주해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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