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은 두 번째다. 현대자동차 사장,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06년에도 당이 막판에 영입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한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래시장 60여 곳과 각 구를 샅샅이 훑으면서 공약을 연구했다. ‘한명숙 대세론’이 거세지면서 경선을 중도 포기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거라 보는 이도 있었지만 이 전 의원은 “TV 토론만 하면 준비된 후보임을 알릴 수 있다”며 완주했다.
하지만 당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날 “아름다운 경선을 치를 수 있게 해 준 이 후보에게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1년간 서울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정책을 개발한 점이 높게 평가돼 콘텐트의 이계안, 내용 있는 이계안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후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한 전 총리의 승리가 선언된 뒤 “(발언을) 길게 써왔는데 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선택이 민주당을 위한 행운의 축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 한 사람이 독배를 마셨다.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선이 끝나자마자 그는 민주당사를 떠났다. 한 측근은 “이 후보는 지도부가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한 데 대해 전당대회에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며 “다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할 가능성은 남았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