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박정상-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흑89는 命을 재촉한 빗나간 맥점

제5보 (86~108)=흑⊙로 나오자 86 잡았다. 이 대목에서 복기를 묵묵히 구경만 하던 서봉수9단이 한마디 툭 던진다.

다름아닌 '참고도' 흑1에 붙여 축머리를 쓰는 수가 없느냐는 것. 이 경우 백은 2로 한번 두드린 다음 4로 축을 벗어날 것이고 흑은 5로 잡게 된다.

박정상과 안달훈,두 신예는 말이 없다. 백6으로 안정하면 흑이 얻은 실리가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백의 중앙도 흑A로 달아나는 수가 있으니 도무지 판단이 어려운 것이다.

구리5단은 87 다음 89로 되젖히는 맥점을 수습책으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수가 명을 재촉하는 대악수가 됐다.

보통 때 89, 91은 맥점임에 분명하다. 93으로 키운 다음 95까지 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8의 한 수로 요석 흑▲가 잡혀버리자 흑은 뿌리가 빠진 듯 허전하다.

축은 물론이요, 모든 재미있는 노림이 이 수로 사라졌고 그 순간 흑의 앞길은 정전이 된 듯 깜깜해졌다.

99, 101의 공격엔 102부터 108까지 가볍게 수습. 백은 집도 많고 걱정거리도 깨끗해졌다(96=이음).

- 흑집이 사방에 있고 백은 거의 일방가인데 그래도 집이 많은가.

"우중앙의 백집이 근 50집에 육박합니다. 흑이 '가''나' 등으로 파고드는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흑▲한점을 잡아서는 백의 우세가 확실해졌습니다."(朴2단)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