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차가운 남자 김응룡, 따뜻한 남자 김인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지난 20일 한국시리즈 1차전 직전.

#1 김응룡 감독

게임을 앞두고는 더그아웃을 피해 감독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다가가 인기척을 하면 잠깐 눈을 떠 아는 척하고 다시 생각에 잠긴다. 쉽게 말 붙이기가 어렵다.

한참이 흐른다. 그래도 뭔가 말을 해야겠는데 싶어 "무슨 생각하십니까"하고 묻자 그때서야 한마디 툭 던진다. "생각은 뭐, 쉬는 거지. 게임을 시작하면 생각을 많이 해야 잖아."

또 침묵이 흐른다.

"스타팅 포수로 진갑용이 나갑니까?"

"조금만 기다려. 게임 시작할 때면 알잖아. 이거나 마셔. 자꾸 게임 얘기 하지 말고"하며 냉장고 문을 연다. 말꼬리라도 잡아보려고 "오늘 점수가 많이 날까요?" 라고 물으니 "그걸 어떻게 알아. 해봐야 알지. 승패도 알기 어려운데 점수까지 맞힐 재주가 있나"하고 더 이상의 질문을 아예 막아버린다.

#2 김인식 감독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더그아웃도 좋고 운동장도 좋다. 다가가면 "어제 술한잔 했어?"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서 말을 꺼낸다. "아, 저번에 있잖아. 후배들하고 술한잔 하는데 말야…"라며 손동작과 몸동작까지 섞어 어눌한 듯하면서도 구수한 말솜씨를 펼쳐보인다.

"심재학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라며 선수 컨디션을 물으면 "허리가 안좋아. 그렇다고 뺄 수 있나. 본인도 뛰겠다고 나서고 재학이 없으면 야구 안되잖아. 잘 해줄거야"라고 친절하게 대답한다.

1차전 경기가 끝난 뒤.

#3 김응룡 감독

정수근(두산)에게 3루타를 맞은 전병호(삼성)에 대해 "투수도 아니지, 볼카운트가 2-0으로 유리한데 슬라이더를 한 가운데로 던지나? 그 공 하나에 완전히 지는 줄 알았어. 하긴 전병호는 원래 그 정도밖에 안돼"라고 퍼붓는다.

대타로 기용하려다 다시 교체한 강동우(삼성)를 놓고 "프로선수도 아니야. 사실 이틀 전에야 선수단에 합류했어. 큰 게임 앞두고 눈병이 났다는 게 말이 돼?" 라며 몸관리에 실패한 것이 프로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냉정하게 비난한다.

#4 김인식 감독

"우리 애들이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이제 감독만 정신차리면 이길 것 같아"라며 웃으면서 경기에 진 선수들을 먼저 감싼다. 아쉬운 결승타를 내준 이경필이 너무 빠른 승부를 건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빠르게 승부한 것은 문제가 없어, 한 가운데로 몰린 게 문제지"라고 결과가 잘못됐다고 해도 그 과정이 괜찮았다며 두둔한다.

한국시리즈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양팀 감독의 '김(金)의 대결'은 상반된 색깔을 띠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유니폼을 입으면 차가워진다. 냉정하게 채찍을 휘둘러 선수들을 강하게 키운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45승 19패로 '우승 제조기'답다.

김인식 감독은 다르다. 따뜻한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랬듯이 지면서도 좋은 평판을 얻어낸다. 포스트시즌 16승 17패, 정규시즌 5백49승 5백72패 33무. 그러나 승률 5할도 되지 않는 감독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