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10번째 행성 미지의 'X'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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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태양계 가장 바깥 쪽의 9번째 행성인 명왕성보다 더 먼 곳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열번째 행성이 존재하는가. 영국과 호주의 천문학자들이 10번째 행성 찾기에 나섰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 최근호(10월호)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호주 왕실 천문관측소에서 오는 11월과 내년 봄 두차례에 걸쳐 10번째 태양계 행성을 찾기 위한 관측에 들어간다는 것.

이 행성의 이름은 미지의 존재라는 뜻으로 '행성 X'라 부른다.

이번 관측의 지휘자는 영국 개방대학의 존 머레이 교수로 1999년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10번째 행성의 존재를 주장하는 논문을 실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호주 왕실 천문관측소에서 1차 관측을 한 바 있으나 '행성 X'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머레이 교수는 지구에 가까이 오는 소행성 중 상당수가 지구에서 5조~7조㎞쯤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다는 것으로부터 10번째 행성의 존재를 추론했다.

지구에서 약 6조㎞ 떨어진 곳에 '오트 구름'이라 불리는 소행성 무리가 있는 것은 이미 관측됐다.

이 소행성 중 일부가 때때로 궤도가 바뀌어 지구 쪽으로 오는데, 이렇게 궤도가 바뀌는 이유가 가끔씩 소행성 무리에 접근하는 천체의 중력의 영향이며, 이 천체가 바로 10번째 행성이라는 것이 머레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10번째 행성의 궤도와 질량을 계산해 냈다.

머레이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10번째 행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목성보다 10배나 무겁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4조8천만㎞로 지구~태양간의 3만배나 된다.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공전주기)은 5백만년으로 추산된다.

사실 일부 천문학자들은 1930년 명왕성이 발견된 뒤부터 10번째 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계속 주장했다.

그러나 그간의 주장은 막연히 '있지 않겠는가'정도일 뿐, 천문관측을 바탕으로 과학적 논거를 제시한 것은 99년 머레이 교수의 논문이 처음이다.

머레이 교수는 또 이 10번째 행성이 여느 행성과는 달리 태양계 외부에서 흘러들어왔다가 태양의 인력에 끌려 태양 주변을 돌게 됐다고 말한다. 다른 행성들은 태양계 내에 분포했던 가스와 암석 등이 서로간의 인력으로 뭉쳐져 형성됐다는 게 일반적인 학설이다.

머레이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다른 별의 인력 등의 영향으로도 오트 구름 속의 소행성이 궤도를 바꿔 지구 가까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천문학계에서는 10번째 행성이 존재하더라도 오는 11월과 내년 봄의 관측에서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워낙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행성이 반사하는 태양 빛을 관측하는 것이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신 행성이 내는 온도를 감지하는 특수 적외선 망원경으로는 10번째 행성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주위를 인공위성처럼 돌며 우주를 관측할 적외선 망원경을 내년 7월 쏘아올릴 예정이다.

이 망원경이 '행성 X'의 존재 여부를 밝혀줄지 관심거리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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