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정상회담이 남긴것] 신사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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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 등이 있는 야스쿠니(靖國)참배 문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내년의 참배 계획에 대해선 얼버무리고 "누구라도 참배가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8일의 중국 방문 때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에 비교하면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의 실현은 일본 국내 사정상 쉽지 않다.

이 신사를 일본 총리가 공식 참배해도 주변국이 문제를 삼지 않으려면 A급 전범을 다른 곳으로 분사(分祀)해야 한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측은 종교상의 이유를 들어 분사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사망)때 총리 참배 등을 위해 A급 전범을 분사해 야스쿠니를 특수법인화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무산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종교시설인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리해 국립묘지 등을 조성해도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일본 야당은 지적해 왔다.

그래서 야당은 대안으로 야스쿠니 신사가 아닌 다른 곳(전몰자 묘역 등)에 국립묘지 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고이즈미의 이번 발언은 야스쿠니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가 총리 취임 후 국회 답변에서 야스쿠니를 국립묘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이 문제를 '국제 공약'으로 내건 만큼 야스쿠니 신사의 A급 분사 등의 대책 검토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신사측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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