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순 PD '가을에 만난 남자'로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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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창순 PD가 탤런트 이승연.박상원과 호흡을 맞춰 결혼에 실패한 이들의 사랑을 다룬 '가을에 만난 남자'로 안방을 찾는다. '안녕 내사랑'(1999년) 이후 2년 만이다.

이 PD는 유부남과 유부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던 드라마 '애인'(96년)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연출자. 유동근이 이 드라마로 인기 정상에 올라섰고 캐리 앤 론의 올드 팝송 'I.O.U'가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한 지붕 세 가족'처럼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내놓기도 했지만 그는 아무래도 '애인'이나 황신혜.이승연 주연의 '신데렐라'에서 보여준 것처럼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새 드라마 역시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색깔이 진한 작품이다.

17일부터 MBC 수목 드라마 '반달곰 내 사랑' 후속으로 방영될 '가을에…'는 '허준'제작팀이 다시 뭉친 '상도'(15일 방영)와 함께 '여인천하'(SBS 월화드라마), '명성황후'(KBS 수목드라마)의 기세를 꺾겠다는 MBC의 의지가 담긴 야심작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에 선뜻 연출을 결심했지요.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혼남과 이혼녀의 사랑을 빌려 30~40대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엮어낼 작정입니다."

그는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이혼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한발 앞선 도덕관을 제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영화계에서 미술감독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주인공 한수형 역은 박상원이, 그와 사랑을 나눌 영화사 기획실장 신은재 역은 이승연이 맡았다. 두 탤런트는 SBS '모래 시계'에서 검사와 검찰 출입기자 역으로, KBS '첫사랑'에서 서로 호감을 가진 사이로 출연한 적이 있다.

"비록 이혼은 안해봤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한수형의 의식을 내 감정으로 잘 소화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도록 하겠다"는 박상원의 다짐도 단단하지만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렵고 자신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이승연의 말에선 다소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한국 영화가 사랑을 받는 가운데 사극을 제외한 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 "그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책임은 시청자보다는 제작자에게 있다. 이번에 한번 역전극을 펼쳐보겠다"는 이 PD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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