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자들은 우리 못 만나 안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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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탈북자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번다고요? 그런 말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중국 내 탈북자의 국내 입국을 알선하고 있는 한국인 브로커 이모(39)씨는 "탈북자가 브로커 없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모험"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태권도 사범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씨는 1997년 자신의 식당에서 일하던 조선족 종업원과 함께 중국에 가게 되면서 탈북자의 세계를 접했다고 한다. 브로커로 전업한 그는 최근까지 탈북자 400여명을 한국에 데려왔다. 초기에는 주로 위조한 한국 여권을 이용해 탈북자를 입국시켰다.

이씨에 따르면 중국 내 위조여권 조직은 '완벽도'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뉜다. 여권의 홀로그램이 없어지지 않는 A급 여권은 약 5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 15개 정도의 탈북자 입국 알선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탈북자와 브로커의 만남은 한국에 먼저 입국한 탈북자 가족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이뤄진다. 브로커들은 '고객'이 된 탈북자의 신분을 철저히 보호한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브로커들을 비난하지만 중국 현지의 탈북자들은 브로커를 못 만나 안달"이라고 말했다. 브로커 조직은 주로 한국인 운영책에 조선족 또는 탈북자 출신의 활동책으로 구성된다. 이 조직의 운영비.인건비.탈북자들의 체류비.교통비 등이 바로 '탈북 비용'이다.

그는 탈북자의 적정 입국 비용은 200만~300만원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기까지의 위험을 감안하면 70%는 우리 동포에 대한 동정심에서, 30%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유광종 베이징 특파원, 이영종(정치부).민동기.임미진.박성우(이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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