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은신처 상당수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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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나흘간 밤낮으로 계속한 공습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중 상당수가 파괴되고 탈레반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친척 두명과 고위 간부들이 숨지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

이에 따라 미국은 타격 목표를 탈레반 방공망에서 지상군 병력으로 변경,아프가니스탄 전역의 탈레반 병영.요새 등을 대상으로 작전 범위를 넓혔다.

10일 파키스탄 '뉴스'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빈 라덴이 5년 전 수단에서 추방된 이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해온 비밀 기지들이 미군 미사일의 집중 표적이 돼 모두 파괴됐다.

그의 초기 은거지인 잘랄라바드 인근의 '화이트 마운틴'이란 별명을 지닌 토라 보라 무자헤딘 기지는 가장 먼저 파괴됐다. 이어 9일 첫 대낮공습에선 칸다하르 공항 인근 빈 라덴 일가 거주지 및 추종자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기지 두 곳에 미사일이 명중됐다.

또 칸다하르 인근의 헬만드 지방과 메완드 구역의 캠프, 우르즈간 산악지대 등 빈 라덴의 은신처 총 10여곳도 융단 폭격을 당했다.

그러나 199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 주모 혐의로 미국이 빈 라덴을 공격할 당시 크루즈 미사일 80기를 퍼부었던 파키스탄 접경 자와르 캠프에는 폭격이 없었다. 이는 미군측이 '한번 당한 지역엔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는 빈 라덴의 습성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뉴스'지는 전했다.

또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공격 첫날인 7일 오마르의 남자 친척 두명과 탈레반 고위 지도자 몇명이 공습으로 숨졌으나 빈 라덴과 오마르는 현재 생존해 있다고 10일 밝혔다.

한편 탈레반 측도 미국의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한 마을에서 주민 1백명 이상이 숨졌다고 11일 밝혔다.

아프간 이슬람 통신(AIP)은 탈레반 거점 칸다하르에서 적어도 18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생존한 것으로 밝혀진 오마르는 영국 BBC 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을 통해 보도된 육성 녹음을 통해 전세계 이슬람 교도들에게 미국에 항전할 것을 촉구했다.

첨단 위성 정보와 90% 이상 명중률을 자랑하는 미사일을 이용한 미군의 목표물 집중공습작전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제 미군은 1단계 작전을 사실상 종료하고 특수부대를 앞세운 지상전에 돌입할 수 있게끔 사전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강찬호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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