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여권 대선후보 문호개방' 발언이 나오면서 3金씨의 차기 방정식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7일 "金대통령의 발언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꺾을 카드라면 외부 수혈도 불사하겠다' 는 의지가 실려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 후보와 李총재의 양자 대결구도로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게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 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최근 당내의 선두주자인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까지 李총재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그래서 金대통령이 백지상태에서 차기 대선전략을 구상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정계개편을 통해 '이회창 대(對) 반(反)이회창' 구도를 만들거나 3자 대결구도가 나와야 한다" 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여권 핵심부에서 은밀하게 정계개편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지방선거까지 감안하면 새로운 합종연횡의 적기는 연말 연초가 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도 차기를 향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기조는 '반DJ. 비(非)이회창' 이다.
자민련에선 현재 'JP대망론' 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JP가 당선가능성이 큰 인물을 찾아 연대하지 않겠느냐" 고 전망한다.
JP는 지난 5일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와 만난 뒤 "앞으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 이라고 언급했다.
이회창 총재와의 연대도 배제하지 않는 눈치다. 9일 대구 전당대회를 신호탄으로 영남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JP는 지난달 24일 YS를 만났을 때 노란 봉투에 담긴 문건을 건네줬다.
JP는 "향후 정국에 관한 내 생각을 구술해 YS에게 문서로 만들어줬다" 고 직접 밝혔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두 사람이 함께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YS 역시 지난 4일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서청원(徐淸源).강삼재(姜三載)의원 등 민주계 10여명과 만찬을 같이했다.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YS측근은 "주변에서 김혁규(金爀珪)경남도지사와 같은 인물을 거론하나 YS가 마음에 두는 후보는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에 대해선 냉담한 분위기라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YS가 이인제 최고위원을 내심 생각할 수 있지만 JP의 반감이 심하고, JP가 이회창 총재를 선택할 경우 YS가 반대할 것" 이라며 두 사람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