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마당놀이'가 '마당싸움'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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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추의 마당놀이냐, MBC의 마당놀이냐' .

20년 역사의 '마당놀이' 가 독점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MBC와 마당놀이의 전통 명가(名家)로 각인된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와의 결별이 발단이다. 둘은 올해부터 마당놀이 20년 동업을 청산하고 갈라섰다.

양측은 '마당놀이' 라는 간판을 내걸고 11월 '결전' 에 나선다. 미추는 '마당놀이 변강쇠전' 을 9일부터 서울 정동이벤트홀(옛 문화체육관)에서, MBC는 이보다 일주일 뒤 역시 '마당놀이 암행어사 졸도야!' 를 장충체육관에서 선보인다.

미추가 이런 독자행동을 보이자, MBC가 '마당놀이에 대한 상표권' 을 주장하고 나선 것. MBC는 최근 미추에게 "마당놀이는 당사가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매년 공연을 주최.방송하여 왔고, 이를 상표로 등록함으로써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며 사용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 을 보냈다.

MBC는 "마당놀이 '변강쇠전' 광고물을 6일까지 폐지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MBC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미추는 대단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손대표는 "비록 MBC와 같이 일을 해왔지만, 오늘날 마당놀이의 형태를 예술적으로 완성한 것은 나와 우리 극단의 배우.스태프들의 노력의 결실" 이라고 맞섰다.

또 손대표는 "MBC에게 마당놀이는 담당자의 결정에 따라 존폐가 갈리는 일개의 사업일 지 모르지만 우리는 평생을 해야할 예술" 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MBC가 발간한 '마당놀이 20년사' 를 보면, 마당놀이라는 공연 장르의 명칭은 81년 극작가 김지일씨의 제안을 당시 TV제작국 표재순 부국장이 받아들여서 결정한 것으로 돼 있다. 김지일씨는 손씨와 20년 협업을 통해 마당놀이의 형태를 구축한 동지로 이번 '변강쇠전' 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예술가의 창의적 영감을 과연 상표권이라는 법적 조치로 구속할 수 있느냐는 '법과 예술논쟁' 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당놀이는 국어사전에 나올 정도로 일반화한 보통명사로 특정 단체가 독점할 수 없다" 는 주장이 연극계에 강하게 일고 있어, MBC의 이번 상표권 주장이 과연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 궁금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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