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환자 울린 건보 재정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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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건복지부가 그제 소화제.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을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 4월까지 일반의약품 1천4백여개를 건보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1천6백여억원의 건보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고가약 처방.조제에 대한 심사 강화 등으로 2천6백억원을 줄이는 등 연간 4천2백여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의원.약국의 환자 본인 부담금을 평균 40.6% 올린 데 이어 또다시 건보 재정 적자를 환자에게 떠넘긴 것이어서 서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월 건보 재정안정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의 재정 순적자를 1조1천2백여억원으로 맞추고 2006년까지 건전 재정기조를 회복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담배 부담금(3천억원)에 차질이 생긴데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진료비.조제료 절감액 등이 예측을 빗나가 적자 규모는 7천억~8천억원이 더 늘어난 1조9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정부가 5개월 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물론 미국 메디케어(노인대상 건보)나 영국의 경우 외래 처방약 또는 광고를 하는 일반약에 대해 건보 혜택을 주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의약품의 건보 적용 배제도 재정 건전화를 위한 한 방안임엔 틀림없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선 약값의 30%만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고 선전까지 했으니 정부 정책이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꼴 아닌가.

이제 땜질식 처방으론 거덜난 건보 재정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건보 재정 형편을 있는 대로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토대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부당.과잉 진료를 뿌리뽑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민간 의료보험을 조기에 활성화해 고급의료.고가약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충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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