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강산회담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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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금강산여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회담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제기된 남북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 위해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특히 북측이 비무장지대 내 육로개설과 금강산 지역 관광특구 지정 문제를 놓고 군부의 입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군사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 예상했다.

이날 남측이 조명균(趙明均)수석대표의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올해 안에 임시도로를 개통해 금강산 육로관광을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북한측이 이달 안에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과 관련한 조치를 하며▶비무장지대 내 공사를 위한 군사 실무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열자는 것이다.

군사분계선 인근의 단절된 기존 도로 구간을 보수.연결해 육로관광을 시범적으로 실시하면서 이와 인접한 곳에 2차선의 본도로 포장공사를 병행하자는 구체적인 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측 김택룡 단장은 우리측의 제의에 대해 구체적인 언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趙수석대표가 "현재는 관광객이 적어 아쉬움이 있다" 고 말을 건네자 "귀측이 많은 노력을 해달라" 고 떠넘기는 태도도 보였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객이 많이 와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를 위한 북측 차원의 대안 마련은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의 특별한 자세변화가 없는 한 이번 회담은 기본입장에 대한 탐색전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5일 발표할 공동보도문에는 양측의 합의사항보다 서로의 입장을 담는 형식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북한 세관당국은 남측 대표단이 도착한 3일 오후부터 회담지원.취재 장비에 대한 검색을 고집해 남측이 "전례없는 일" 이라고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으나, 4일 오전 전체회의 직전에 통관을 허용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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