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전문회사 옥석 가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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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꼭 필요하다 해서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취지와 달리 악용되는 사례가 안타까울 정도로 많다. 이른바 '이용호(李容湖)게이트' 에서 드러난 李씨 소유 구조조정전문회사(CRC) G&G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李씨는 G&G구조조정회사가 보유 중이던 주식을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에 불법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산업자원부에서 CRC 등록 취소조치를 받았으며, 검찰로부터는 주가조작에 구조조정회사를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CRC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생명선으로 부각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1999년에 도입됐다. 문자 그대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해 수리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새 주인을 찾아주고 돈을 버는 회사다. 자본금 30억원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한데다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투자액 일부 손비(損費)인정 등 세제혜택까지 받다 보니 등록 회사수가 88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기울고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G&G처럼 적지 않은 CRC들이 본업은 뒷전인 채 단기 차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면 우선 회사 이름을 바꾸고 정관을 고쳐 바이오 등 그럴듯한 사업목적을 추가해 주가를 부풀린 후 팔아넘기는 사례가 잦다. 그 과정에서 세금이 축나고 선의의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법률적.행정적인 조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본업인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현장확인을 실시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첨병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는 CRC들의 명예를 위해 부적격 회사들을 골라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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