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기업마저 … 호남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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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광주·전남 대표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28일에는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6994억원)이 전국에서 46위, 광주·전남에서 3위인 금광기업이 광주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서를 냈다.

광주·전남에서 도급순위 1위인 금호산업은 1월 6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2위 남양건설은 이달 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광기업까지 ‘톱3’ 모두 회사 운명을 채권 금융기관에 맡긴 것이다.

도급순위 5위 대주건설은 지난해 1월 금융권이 지원을 중단해 퇴출당했다. 1년 3개월 사이 상위 5개 중 4개가 줄 도산한 것이다. 4위 우미건설만 멀쩡하다. 게다가 또 다른 지역 중견 건설업체 3~4개가 자금난이 심각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지역 건설업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는 “남양건설 법정관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광기업마저 어려움에 처해 지역 건설업계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금광기업은 광주컨트리클럽·대아건설·금광주택·TKS와 현대백화점 광주점(옛 송원백화점), 송원학원 등을 계열로 거느리고 있다. 그간 현금 자산이 많은 알짜 기업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전남 영광군에 본사를 둔 자회사 TKS(조선소)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모기업에까지 유동성 위기가 미친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금광기업은 그동안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개발과 영산강 토목공사, 고흥 적금~영남 연륙교 가설, 고흥 청소년 우주체험센터 건립, F1경주장 조성 공사 등을 해 왔다.

◆어등산 관광단지 사업자 또 바뀌어=박광태 광주시장과 고제철 금광기업 회장, 박치영 모아종합건설 회장, 김영진 도시공사 사장 등은 29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모아종합건설 인수에 합의했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은 광주 광산구 운수동 어등산 일원 273만3000여㎡에 2015년까지 3400억원을 들여 호텔·콘도·골프장·테니스장·수영장과 빛과 예술센터, 빛의 전망대, 빛의 호수, 백년생명탑, 사계화원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2005년 삼능건설이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3월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자 금광기업이 사업권을 인수했다.

금광기업이 450억원을 투자해 토지를 사들이고 불발 포탄 제거 작업을 하면서 골프장 기반 공사를 추진하는 등 공정률 10%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사업권이 다시 모아종합건설에게 넘어갔다.

모아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가 전국 124위인 지역 중견기업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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