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유탄 맞은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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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취소된 데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미, "취소 아닌 연기" =조만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10월 중순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일본행을 공히 취소했고 중국 상하이(上海) 방문은 국가 방문이라기보다는 아태경제협력체(APEC)라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상하이 한.미 정상회담이 거의 확정적인 만큼 한국측은 "대화의 기회에는 변화가 없다" 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25일 한국측에 "방한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이며 적절한 시점에 다시 추진한다" 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러 사태만 없었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지난 24일께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을 것이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뉴욕 정상회담은 확정됐었다" 고 말했다.

◇ 대북 정책 갈등 해소 지연=뉴욕회담 취소에 따라 한.미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할 기회를 그만큼 늦추게 됐다. 테러사건 처리에서 한국이 미국을 전폭 지지하지만 대북 정책에 관한 한 양국은 여전히 '다툼 중' 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한 후 햇볕정책 지지를 확인하고 조건없는 대북 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지난 3월 이후 대북 강경기조를 누그러뜨렸다는 조짐은 없어 한국으로서는 金-부시 대화가 긴요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정상회담의 불발에도 불구하고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분석을 한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최근 남북회담 성과가 좋았고 10월엔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것" 이며 "남북이 교류 주도권을 잡고 있어 북.미 대화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 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남북대화 등이 북.미 대화에 영향을 받는 점으로 보면 뉴욕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부시 대통령의 서울 현장방문이 미뤄진 것이 한국측에 유쾌한 상황 전개는 아닐 듯싶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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