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유명 콘서트 공연시간 조정할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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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6일 늦은 시간에 낯선 여학생들이 파출소로 우르르 몰려와 깜짝 놀랐다. 학생들은 경기도 수원에서 모 방송국 주최로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열린 인기 댄스그룹 '신화' 의 게릴라 콘서트 공연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잠실이나 인천 방면으로 전철을 타고 귀가하다가 구로역까지밖에 전철이 운행되지 않자 할 수 없이 도중에 내렸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야간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택시를 잡아달라고 하소연했다.

한밤에 파출소 전직원이 동원됐다. 가까운 데 사는 학생들의 경우 집으로 연락해 부모들이 올 때까지 파출소에 보호했다. 하지만 집이 먼 학생들에겐 경찰관들이 직접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택시를 잡아 차 번호를 일일이 메모한 뒤 부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딸이 귀가하면 파출소로 연락해줄 것을 당부했다. 여학생들은 파출소에서 기다리면서 마구 떠들었고 가족과 통화할 때도 목청을 높였다. 무전을 청취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순찰 등 파출소의 기본 업무를 도저히 수행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공연을 주최하는 방송국.기획사에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공연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윤승구.서울 구로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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