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안팔기' 캠페인에 애널리스트마다 입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넌 애국심도 없냐?" "자나 깨나 말조심"

미국의 연쇄 테러 사건 이후 증권가 애널리스트 사이에 떠도는 유행어다. 이 유행어가 돌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는 세 장면.

장면1#:지난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를 했던 것 처럼 우리 국민들이 '주식 안팔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는게 어떨까" 라고 제의한다. 국무위원들은 열심히 메모하며 '애국심 캠페인' 대책을 구상한다.

장면2#:국무회의 직후인 18일 낮. A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한 케이블 TV에 나와 시황 관련 해설을 한다.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뛰고 있군요.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높히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

마침 이 방송을 보고 있던 '높은 곳' 에 계시는 분이 격노한다. 당장 수화기를 집어든 이 관리는 "주식을 사라고 했더니 오히려 팔라고 권유하는 것은 무슨 행위냐" 며 관련 부처에 불호령을 내린다.

장면3#:19일 오전 11시 여의도 증권업협회 건물에 증권사 사장들이 속속 들어선다. 전날 대통령의 말씀도 있었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입단속' 도 필요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였다. 물론 출석률은 100%.

"불과 이틀전에 주식을 안팔기로 다짐했는데 일부가 그 약속을 안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면 제재를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언론에 나가 주식을 팔라는 말도 삼가해 주세요. "

증권업협회장의 말에 회의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