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가·차명 계좌 수십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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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백3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G&G그룹 이용호 회장은 회사 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수십여개의 가.차명 계좌를 동원해 감독 당국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G&G그룹 관계자는 "李씨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지난해 L.J사 등 상장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등 가.차명 계좌를 자주 사용했다" 고 말했다.

李씨는 계열사인 삼애인더스가 지난해 1월 발행한 3백억원 규모의 국내 전환사채(CB)중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2백53억원어치를 C.H종금이 인수한 것처럼 꾸민 뒤 이를 돌려받아 가.차명 계좌에 넣어 관리했다.

본지 취재 결과 李씨는 C종금에서 돌려받은 1백53억원어치의 CB를 6명의 명의로 돌려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한때 자신도 모르게 삼애인더스 CB를 28억원어치나 갖고 있었던 崔모(70.여)씨는 친정어머니.남편과 함께 20평 연립주택에 살고 있었다.

崔씨는 취재팀에 "주식 투자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CB라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 며 "누군가 내 명의를 훔쳐간 것이 틀림없다" 고 분개했다.

또 25억원씩의 CB를 갖고 있던 나머지 5명 가운데 安.申.權.李모씨 등은 해당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았고 40대 주부 沈모씨는 "그런 투자를 한 적도, 남에게 명의를 빌려준 적도 없다" 고 주장했다.

G&G 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경우도 있었다.

李씨가 정.관계 로비에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애인더스 해외 CB 3백만달러를 올해 초 잠시 맡아 가지고 있었던 成모(31)씨는 "G&G에 근무하는 학교 선배의 부탁을 받고 거절할 수 없어 명의를 빌려줬다" 며 "이 때문에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줄은 몰랐다" 고 후회했다.

금융감독원 검사총괄국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줬을 경우 실질 소유자가 수익을 올리고 잠적했을 때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남에게 명의를 빌려줘서는 절대 안된다" 고 조언했다.

김원배.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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