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성 가는 우주 돛단배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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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8일 발사될 예정인 일본 우주범선 ‘이카로스’의 우주 항해 상상도. [JAXA 제공]

일본이 태양광만을 에너지로 이용해 금성으로 항해하는 우주범선(帆船)을 다음 달 18일 발사한다.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이 우주 돛단배의 이름은 ‘이카로스(IKAROS)’다. 이카로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새의 깃털을 몸에 붙이고 하늘을 날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은 인물이다. 이 범선의 이름은 ‘태양의 복사 에너지로 움직이는 연 모양의 행성 간 탐사선(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지었다.

이카로스는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돛에 부딪힐 때 생기는 힘으로 움직인다. 이 힘은 매우 미약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범선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따르면 이카로스의 본체는 직경 1.6m, 높이 0.8m의 원통 모양이다. 여기에 한 변이 20m 가량인 정사각형 모양의 돛을 달게 된다. 돛은 대기권을 벗어난 뒤 회전하는 본체의 원심력에 의해 펼쳐진다. 돛의 두께는 100분의 1mm도 되지 않는다. 머리카락보다 얇다. 우주공간에 있는 방사선과 자외선은 물론 영하 270∼320도까지의 온도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개발에 총 20억 엔(약 240억원)이 들었다.


우주범선은 기존의 우주선처럼 연료를 싣고 가지 않아도 우주에 있는 태양광 에너지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100년 전부터 우주범선의 아이디어가 제기됐지만 큰 돛을 우주에서 펼쳐야 하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지금껏 실현되지 못했다. 미국은 2005년 똑같이 태양광을 연료로 하는 우주범선 ‘코스모스 1호’를 발사했으나 로켓 엔진 이상으로 실패했다.

이카로스는 6개월 뒤 금성궤도에 진입할 계획이다. 첫 비행의 가장 큰 과제는 돛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태양 에너지만으로 항해가 가능한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JAXA는 이번 비행이 성공할 경우 10년 안에 직경 50m짜리 초대형 돛을 단 목성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JAXA는 이 목성탐사선이 4∼5년간 우주에 머물며 탐사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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