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용호 해외 CB위반거래 조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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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G&G그룹의 이용호 회장이 정.관계 로비에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의 거래 과정에서 수차례나 위법이 저질러졌으나 금융감독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혹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李씨에게서 해외 CB를 사들인 김영준씨가 회장으로 있는 D금고를 밀착 감시 대상으로 정해 세차례 검사했지만 D금고와 李씨측 사이의 차명거래 등 기본적인 위법사항을 적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단순한 사무착오였다" 고 해명했으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감원 직원들이 李씨측을 봐준 것 아니냐" 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李씨의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李씨가 금감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는지 추궁하고 있다.

◇ 공시 위반 8개월 동안 방치=해외 CB 거래 과정에서 G&G 직원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빌려준 成모(31).朴모(28)씨는 삼애인더스가 발행한 9백만달러의 CB 중 2백만달러(지분율 10.2%)와 1백만달러(5.1%)어치를 올 1월 각각 확보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상장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등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개인은 금감원에 지분 변동 보고(공시)를 해야 하지만, 成.朴씨측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CB 지분을 D금고 직원 柳모(31)씨에게 넘겼다가 3월 되찾아오는 과정에서도 지분 변경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두차례씩 모두 네차례 공시 위반을 했는데도 금감원은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보고가 누락된 사실을 담당 직원이 모르고 있었다" 고 해명했다.

◇ 세차례 검사 허술=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 3월.7월 등 세차례나 D금고를 검사했으나 삼애인더스 해외 CB를 대량 보유한 柳씨가 D금고의 직원인지 몰랐다.

본사 취재 결과 柳씨 명의로 돼 있던 해외 CB는 D금고가 李씨 관련 기업에 돈을 대출하면서 잡은 담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D금고가 담보물을 스스로 관리하지 않고 직원 명의로 돌려놓는 등 위법 관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금감원측은 "금고측이 작성한 서류만으로는 柳씨 명의의 담보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고 밝혔다.

◇ 주가조작 조사 제대로 했나=금감원은 李씨의 주가 조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위장 분산시킨 사실을 포착하고도 실명 전환 요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李씨 계열사인 S.K.I 등의 시세조종 과정에서 3~4개의 다른 작전세력이 등장했음에도 이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

허귀식.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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