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한 목소리 낸 대북 쌀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쌀 2백만섬(30만t 규모)의 대북 지원을 제안해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대북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지원량과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고 북한과의 협의 절차도 남아 있다. 일부에선 너무 많은 양이 아닌가, 대북 '퍼주기' 논란을 주도해온 야당의 갑작스러운 선회에 어떤 정치적 복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 동포를 구휼(救恤)하면서 남북 화해.협력 국면을 한 단계 끌어올릴 초당적 쌀 지원 합의는 향후 대북정책에 좋은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야당이 대북 쌀 지원을 선도하는 이런 고무적인 현상이 대북정책 전반에도 지속되도록 정부가 앞으로도 상황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경우를 살펴보면 그 점이 명확해진다. 북한이 제5차 장관급 회담에서 요청한 쌀 지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 결정을 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야당에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자 야당이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주의 측면과 국내 쌀 재고 문제 등을 고려해 정부가 어렵게 내려야 할 결단의 문제를 풀어준 것이다.

대북정책이 이런 초당적 방식으로 처리돼야 국민이 수긍하고, 정부의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국내 쌀값이 국제시세에 비해 여섯배쯤 비싸 금액 면에선 2백만섬 값이 6천억원 정도여서 퍼주기 논란이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외국산 식량 50만t(8백67억원)을 외화로 구입해 북한에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재고 쌀 30만t을 지원하는 것이 보관 및 관리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양정(糧政)을 위해서나 어려운 실정의 우리 농촌을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대북 지원 식량의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고 북한의 반대급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지원 식량의 분배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북한과 합의해 배분에 관한 의혹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북한은 이런 문제에서부터 성실성을 보이고 대남 합의사항을 성의있게 실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