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검찰총장 간담회 자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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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오후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신승남(사진) 검찰총장은 담배를 꺼내 물면서 "심경이 복잡하다" 며 침통한 표정으로 동생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총장 인책론에 대해서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책임질 일이 없다" 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동생이 돈을 받은 사실은 언제 알았나.

"8월 초쯤 동생이 찾아와 '李씨가 광주사람인데 실력가더라. 나에게 사장으로 오라고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李씨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 동생에게 일하지 말라고 했다. 지난주에 해명한 것도 이 말을 믿고 한 것이다. 하지만 동생이 돈을 받았다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 16일 집으로 불러 추궁했다. 그때 돈받은 사실을 들었다. "

- 동생은 李씨에게서 무슨 명목으로 돈을 받았나.

"7, 8월 두달치 월급으로 8백30여만원씩 1천6백60만원을 받았고 5천만원은 李씨가 소개자에게 빌려주는 돈을 대신 받아 전해준 것이라고 했으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

- 그렇다면 5천만원은 무슨 명목인가.

"중수부 수사팀은 李씨가 동생에게 스카우트비 명목으로 준 돈이라고 보고했다. "

- 동생과 李씨는 어떻게 알았나.

"李씨와 광주상고 동창인 친척 강모씨를 통해 올 4~5월께 소개받았다고 들었다. 강씨는 고종사촌 누나의 남편 동생이다. "

- 동생은 사장 직함을 행사하고 다녔나.

"그런 모양이다. 李씨와 골프도 치고 李씨측이 마련한 사무실에 몇 번 나가기도 한 것 같다. "

- 동생이 李씨의 계열사에 스카우트될 만했나.

"해상운송 관련업체를 운영하다가 1988년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갔다. 그 때문에 신용불량자 신분이다. 李씨 계열사가 금융관련 업체였기 때문에 적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검찰에 출입하던 여러분의 선배들은 내 동생이 어떤 놈인지 잘 알 것이다. "

- 동생이 받은 돈이 로비 성격 아닌가.

"내가 무슨 판단을 할 수 있나. 사실대로만 봐달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10여년 전부터 동생과는 이야기도 잘 하지 않고 지낸다. "

- 16일 이 사실을 알았는데 왜 이제서야 해명하나.

"25일로 예정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질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밝히려고 했는데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나. 벌써 한나라당에서 알고 있을텐데…. 어차피 국감에서 다 밝혀질 것이어서 내가 해명하는 것이다. "

- 동생도 수사대상이 되나.

"수사팀이 동생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당연히 불러서 조사할 것이다. "

- 수사팀에서 동생이 李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나.

"사전에 보고받은 적이 없다. 16일 동생에게 들은 다음 수사팀을 불러 직접 물어봤다. 수사진도 돈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때 보고를 받았다. "

-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총장에 대한 탄핵안과 이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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