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급회담 이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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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한이 나흘간에 걸친 제5차 장관급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당국관계의 정상화에 들어서고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기반을 마련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앞으로 두 달간 경의선 철도,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관광, 상선 영해 통과, 임진강 수해방지, 경협 4대 합의서 발효 등 여러 현안에 관한 실무 처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무엇보다 다기(多岐)한 접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잘 정비해나갈 것을 주문한다. 뜻밖의 돌출변수는 없겠는지, 실무협의상의 부분적 착오가 남북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지는 않겠는지 등에 관한 세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각종 남북 접촉에서는 '투명성이 생명' 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두고자 한다. 이번 공동보도문에 대북 식량.전력 지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문제가 남북간의 현안이라는 것쯤은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전력 지원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과제며, 따라서 개성공단에 필요한 전기를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논의를 양성화해야 한다. 쉬쉬하며 뒷공론만 벌일 게 아니라 지원은 하되 무엇을 얻어낼지 논의의 장을 거쳐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대북 지원의 함수를 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명성이라는 정공법이다. 정부 당국은 물밑거래나 꼼수로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차제에 정치권도 남북관계에 대한 당리당략 차원의 접근에서 벗어나는 의연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다음달 중순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이벤트에서 한발 더 나가 면회소 설치에 북측은 성의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

또 보도문에 '평화보장을 위해 적극 노력' 을 넣은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반(反)테러선언에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점은 유감이다. 다음달 말 다시 열릴 장관급 회담에서는 반 테러선언은 물론이고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국방장관 회담을 조속히 개최한다는 합의를 일궈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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