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금값은 왜 올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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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의 테러 사태가 일어나자 국제적으로 금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러사태 다음날 대부분 기업들의 주식 값이 폭락한 가운데 유독 금광을 개발한다는 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아닌게아니라 국제정세가 불안해지거나 예기치 않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금값은 거의 어김없이 올랐습니다. 1970년대 초 이른바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금값은 3년만에 세배나 올랐으며, 91년 걸프전 때도 금값이 요동쳤습니다.

금값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두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전쟁이 벌어지면 원유 등 원자재의 생산이 안되거나 수요가 많아져 물가가 덩달아 올라갑니다. 그렇게 되면 현금 재산을 가진 사람은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지요. 주가도 하락할 수 있지요.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현금이나 불안한 주식을 처분해 현물(現物)을 사두려 할 것입니다. 그 현물 재산 중 대표적인 것이 금입니다. 금은 보관.운반.가공하기가 쉽고, 부식이 안될 뿐 아니라 희귀성이 있어 예부터 안정적인 재산 보관 수단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금이 화폐로 쓰인 적까지 있었습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비록 일상생활에선 지폐나 구리로 된 돈을 쓰더라도 그 돈을 은행에 가지고 가면 언제든지 일정한 양의 금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는 금 본위제(本位制)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는데 금의 생산량은 한정돼 있어 금과 화폐를 교환(이를 태환(兌換)이라 합니다)해주는 일이 점점 어렵게 됐습니다.

결국 금본위제는 20세기 들어 여러 차례 흔들리다 71년 미국 대통령 닉슨이 "금과 달러의 태환을 중지한다" 고 선언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끝이 납니다. 금이 화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 셈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유사시를 대비해 금을 모아 둡니다. 현재 달러가 세계공용화폐로 쓰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약해지면 달러라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결국 '화폐' 의 가치가 불안해질수록 '금' 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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