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파문…검찰총장 동생에 사장직 제의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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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났던 이용호 G&G그룹 회장이 당시 수사지휘 간부들과 면식(面識)관계였음이 밝혀지면서 李씨 처리와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검사장이었던 L씨는 1999년을 전후해 李회장을 향우회 등에서 만나 알고 지냈으며 모 대학 국제경제대학원을 다닌 시기가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지난주 본지 취재진에 "향우회 등에서 李씨를 만나 한두 차례 술자리도 가졌다" 고 말했다가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한두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술자리를 같이한 적은 없다" 고 밝혔다.

또 당시 차장검사 L씨도 李씨와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수사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두 간부가 李씨와 면식관계였음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이들이 긴급체포 취소 등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특수2부장이었던 이덕선(李德善)군산지청장은 "李씨에 대한 수사 결과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긴급체포를 취소하고 무혐의 처분했었다" 고 주장하고 있다.

李씨의 검찰 로비설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K상고 동창인 呂운환(47)씨가 지난해 서울지검 수사를 전후해 李씨에게서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15일 대검에 구속된 점이다.

呂씨는 동향 출신 검사들은 물론 정치권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직접 李씨 구명 로비를 하거나 정치권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呂씨는 지난해 5월 李씨 수사 때 "검찰의 아는 사람들을 통해 李씨를 돕겠다" 고 말했고, 李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수사관계자들에게 손을 써 풀려났다" 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검이 이번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呂씨가 받은 20억원의 사용처를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해야 될 상황이다.

또 검찰총장 출신 K변호사가 지난해 검찰 수사 때 李씨가 운영하는 KEP전자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점도 관심거리다.

K씨는 "李씨측이 도움을 요청해와 억울함이 없도록 잘 검토해 달라고 검찰간부에게 얘기한 것이 전부" 라며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한때 로비의혹이 제기됐던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당시 대검차장)은 "李씨가 지난 6월부터 나의 친동생에게 계열사 사장직을 제의하며 접근한다는 사실을 알고 중수부에 수사를 지시했었다" 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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