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초선의원들의 막가는 언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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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일부 초선의원의 국회활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의 언행은 오만무례하고 품격도 없다. 그들의 발언을 듣다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이라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조그마한 존중심도 찾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아무리 만류해도 막무가내라고 한다. 아마 당 지도부의 말을 듣지 않는 게 소신있는 행동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초선의원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꼴불견이다.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히틀러의 나치즘 헌법, 무솔리니의 파시즘 헌법도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했다""수구 헌재에 의한 사법 쿠데타"라고 막말 수준의 비난을 퍼부은 게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이다. 헌법과 헌법기관을 모독하고 권력의 힘으로 헌재 재판관을 물갈이하겠다는 일각의 발상과 맞닿아 있다.

상대방에 대한 색깔공세에 앞장서는 것도 이들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의 '색깔공세 중단' 합의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현 정권을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좌익 반미 친북 정권'이라며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대정부 질문 원고 뒤쪽에 '부록: 베짱이 386 감별법'이라며 여권의 386세대를 억지 풍자한 건 또 뭔가. 여당 초선들도 툭하면 '극우 전체주의 세력''수구 꼴통'이란 말을 내뱉는다.

과거 국회에서 초선의원들이 몸싸움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해서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에게 굳게 약속하고 17대 국회에 들어간 게 초선의원들이다. 그들이 정치개혁의 선봉에 서지는 못할망정 난장판 국회의 주범이 되고 있다. 정치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는커녕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돌출 언행으로 자신이 부각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정치를 잘못 배우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로 결코 크지 못한다. 국민대표다운 품격을 갖추고 의회질서를 존중하는 그런 자세를 배우는 것이 초선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