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로 파생상품 · 헤지펀드 투자 큰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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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테러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파생금융상품 투자 등에서 손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옵션시장에서 13일이 만기인 풋옵션 행사가격 62인 종목은 전날 종가 0.01포인트에서 장이 열리자 마자 폭등해 5.05포인트로 마감됐다. 이는 주식으로 치면 주가가 1천원에서 50만5천원으로 오른 셈이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행사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날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13일 더블위칭 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11일 풋옵션을 대거 매도했던 상당수 기관 투자가들이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1천원에 매도를 한 기관들은 만기와 동시에 50만5천원으로 이를 되사야 하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장중이라면 선물로 헤지(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데 미국 테러 사태로 장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고꾸라지는 바람에 일부 증권사 등 기관의 피해가 컸다" 고 말했다.

또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 미국 헤지펀드에 투자하거나 미국 채권에 투자한 경우도 상당수로 알려져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마다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잇따라 개발한 만큼 여기에 투자한 개인.기관들이 환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면서 "하지만 그 영향은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입주한 금융기관들은 사무실 파손은 물론 고객의 거래명세 및 전산자료를 잃어버리거나 망가져 당분간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경우 거래 자료는 감독당국, 회계결산 자료는 회계법인이 별도로 보관하고 있어 이곳에 자료를 요청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당분간 뉴저지에 있는 LG그룹 미주본부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다.

현대.동원증권도 관련 자료를 본사에서 공유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내에 전산 시스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무실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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