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심재학 맹타 "타격왕 외인에못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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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가 있다. "

올시즌 호세(롯데).우즈(두산).데이비스(한화) 등 외국인 타자들이 홈런.타점.최다안타 등 타격 부문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양준혁(32.LG).심재학(29.두산)이 국내 타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양선수와 심선수는 11일 현재 각각 타율 1, 2위를 기록해 타격왕 만큼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기세다. 양선수가 타율 0.3493으로 심선수(0.3486)를 0.0007차로 앞서고 있다.

◇ 우승의 한(恨), 타격왕은 덤

양선수는 1993년 프로 데뷔 후 9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세자릿수 안타.8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신인왕을 포함, 각종 타이틀도 무려 11개나 거머쥐었다.

93, 96, 98년 세차례나 타격왕을 차지했던 그는 "올해는 팀성적이 안좋아 타격왕은 바라지도 않는다. 어떡하든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 고 말한다.

그동안 삼성과 해태를 거쳐 LG에서 둥지를 틀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한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기에 팀우승이 가장 간절한 목표라는 것이다.

LG가 4위 진입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막바지 레이스를 펼치면서 양선수도 피치를 올리기 시작, 최근 다섯경기에서 0.368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줄곧 1위를 지키던 심재학을 따라잡았다.

◇ 굴러들어온 호박

두산 김인식 감독이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고 털어놓을 만큼 심선수의 올해 활약은 놀랍다.

그는 지난해 타율 0.265에 그쳤고 최고타율도 96, 97년의 0.285에 불과했다. 몸쪽 공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바깥쪽 공만 들어오면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겨울 현대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심선수는 바깥쪽 공 공략을 위해 방망이 끝이 누웠다가 나오는 예비동작을 줄였고 밀어치기 타격훈련에 집중했다.

그 결과 심선수는 타율 2위뿐만 아니라 득점권 타율 1위(0.398).출루율 2위(0.474).장타율 2위(0.603) 등 타격 전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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