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인간 보건소' 박한규씨 온동네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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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콜레라가 돌면서 더 바빠졌어요. "

서울 강동구 성내2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박한규(51)씨의 별명은 '움직이는 보건소' . 해마다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온동네 소독을 해와 이런 별명을 얻었다. 매년 드는 소독약값 90여만원은 스스로 마련했다.

朴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1996년. 자신의 쌀가게 한켠에 꽃집을 열면서 몰려드는 벌레를 잡으려고 소독약을 구입했다가 내친김에 동네 전체 방역에 나섰다.

처음에는 연막 소독기를 단 오토바이에서 하얀 연기를 뿜으며 朴씨가 나타나면 주민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의 노력으로 여름에도 모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네가 깨끗해지자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특히 올 가을 전국적으로 콜레라가 돌자 朴씨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민 이영희(49.여)씨는 "朴씨 덕에 우리 동네는 전염병 걱정이 없다" 며 고마워했다.

98년부터는 '활동영역' 을 넓혀 의정부.연천 등 수해 지역에서도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움직이는 보건소' 답게 朴씨는 음식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집 앞의 물 웅덩이를 방치하는 주민들에게 주의를 주는 동네 시아버지 노릇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朴씨는 "콜레라가 돌고 있는데도 당국에서 한달에 고작 한두번밖에 방역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며 낡은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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