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주가가 빨리 떨어져야 한국경제와 현대투신이 산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현대증권이 AIG컨소시엄측의 요구대로 우선주 발행가를 7천원으로 낮추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냉소섞인 반응을 보였다.
증권거래법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10% 이상의 할인 발행을 금하고 있어 현대증권이 7천원짜리 신주를 발행하려면 주가가 7천7백70원 밑으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AIG는 이에 앞서 현대투신과 현대증권을 함께 매입하면서 현대증권 신주 가격을 7천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증권 주가는 10일 7천원대로 떨어졌다가 지난 주말 대비 2.18% 하락한 8천50원으로 끝났다. 현대증권은 이미 이사회 임원 6명 가운데 5명이 주당 7천원에 우선주를 발행해주기로 결정한 뒤 AIG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주가가 7천7백원선으로 떨어지면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주당 7천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홍완순 사장이 지난달 말 '우선주 발행가격은 8천9백40원이며 재협상 불가' 라는 원칙을 밝힌 지 열흘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노조는 "신주 발행가격을 뒤바꾸는 것은 현대증권 임직원과 주주들에 대한 우롱" 이라며 반발했다.
참여연대도 이르면 이번 주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현대증권 우리사주조합도 곧 임시주총을 통해 임원해임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증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AIG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현대투신 처리에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리 정부가 꼬리를 내린 것 같다" 고 분석했다.
하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