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햇볕 지속·정권 재창출 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선택과 집중' .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당정 개편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임기 말을 관리할 팀이기 때문이다. '선택' 은 남북관계 강화와 정권 재창출이다. 그 선택사항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金대통령은 방북단 파문으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을 대통령 통일특보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고 남북대화와 화해 분위기를 이어나가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햇볕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도록 확실하게 물꼬를 터놓겠다는 생각이다.

또하나의 선택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로 내정된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자신의 역할을 "당을 결속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실행할 수 있는 韓실장을 통해 내년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 자신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金대통령은 그밖의 부분에서는 이제까지 추진해 온 기조를 유지하기로 마음을 다잡은 듯하다. 무리해 가며 이한동(李漢東)총리를 붙잡은 것도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라고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밝혔다.

그래서 개각 폭도 자민련 몫 장관과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통일부 장관 등 다섯명으로 최소화했다.

진념(陳稔)경제팀을 유임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외부적 요인' 으로 보고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단 그 시한은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다.

1여2야의 새로운 여소야대 정국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 같다.

金대통령은 DJP 공조가 깨진 대신 한나라당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온건 협상파인 한광옥 대표의 포진에는 이런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7일 한나라당은 金대통령의 8.15 영수회담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金대통령의 이런 생각이 구체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당정 개편에서 나타났듯 金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앞으로 잦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金대통령이 '역사로부터 평가받겠다' 는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