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놓고 동교동 양갑 막판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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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단행할 조각(組閣) 수준의 개각과 민주당 및 청와대 개편이 임박했다. 유임이 유력했던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사퇴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총리와 민주당 대표.청와대 비서실장 등 '빅3' 임명에도 혼선이 일고 있다.

◇ "총리감을 찾아라" =여권은 李총리가 자민련으로 복귀하기로 마음을 정함에 따라 5일 황급히 총리감 물색에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비호남 출신의 명망있는 학계 인사를 찾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李총리를 대신해 정치권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지만 실무형 내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아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 고 전했다.

정치권 인사를 총리로 임명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등 야당이 공세를 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李총리는 金대통령에게 신임 각료들을 제청하고, 이들이 임명되면 그 후에 물러나게 돼 있어 후임 총리 지명은 다음주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 동교동계 전면포진할까=당정 개편에서 동교동계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관측이 여권 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당 대표로 동교동계 핵심인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유망하게 거론됐다. 韓위원은 지난달 하순 金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데 이어 "최선을 다해 당을 추스르겠다" 는 의사를 최근에도 金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측은 "만일 韓위원이 대표를 맡으면 대권주자는 그만둬야 한다" 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런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개월여 동안 외국에 나가 있던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은 4일 귀국한 뒤 이날과 5일 청와대를 찾았다.

그러면서 '관리형 대표' 로 김원기(金元基)최고위원이 급부상했다. 5일 오후부터 동교동계 구파에서는 金최고위원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동교동계 신.구파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 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權전고문과 韓최고위원이 5일 저녁 만나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당에서는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 대표직을 맡는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장이 곧바로 당 대표로 올 수는 없다" 는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韓실장이 자리를 옮길 경우 대통령 정치특보나 임명직 당 최고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무총장에는 범동교동계인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박광태(朴光泰) 국회 산자위원장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총장은 바뀔 수 있다.

◇ 청와대 비서실장은 누구=韓실장이 바뀔 경우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이 유력히 거명됐다. 대통령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오랫동안 보좌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풍파 의원들이 朴수석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그래서 김종인(金鍾仁)전 청와대 경제수석.조승형(趙昇衡)전 헌법재판관도 거명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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