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기계식주차장 '무용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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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전시 서구 E오피스텔 지하주차장 3층에는 20여대의 차가 주차할 수있는 기계식 주차장이 있다.그러나 하루 종일 이곳을 이용하는 운전자는 단 한 명도 없다.반면 오피스텔 주변 도로는 불법 주차 차량이 점령하곤 한다.

동구 성남동 H오피스텔 옥외 기계식 주차장은 당초 2단으로 설치됐으나 관리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아예 1단으로 접어 사용하고 있다.따라서 당초 36대를 수용할 수 있던 주차 공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처럼 대전시내 빌딩의 기계식 주차장들이 대부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됐다.

5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내 기계식 주차장은 모두 1천여곳으로 2만4천7백여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이 가운데 80% 이상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식 주차장의 이용률이 낮은 것은

▶2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 조작이 어려워 운전자들이 사용을 외면하고 있으며

▶대부분 기계식 주차장이 마티스·엑셀 등 소형차만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길이 5.05m·너비 1.85m)설비이고

▶고장이 났는데도 보수를 하지 않고 방치해 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E오피스텔에 사무실이 있는 宋모(34)씨는 “주차공간이 없을 경우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하려 했으나 주차공간이 좁아 포기하고 인근 도로변에 불법주차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이같은 기계식 주차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10대 미만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에는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금지하고 기계식 주차장을 만들더라도 관리인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시는 또 대형 승용차도 쉽게 주차할 수 있게 대형주차기(5.75m ·너비 2.05m)를 일정 비율 설치할 수 있게 주차장법 등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 월드컵이 열리면 주차공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데도 사용이 불가능한 기계식 주차장이 너무 많다”며 “법개정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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