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어린 옛동요 정서·인지 발달에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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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열쇠 없어 못 열겠네/어떤 대문에 들어갈까/동대문에 들어가. "

상엽이(6)와 상원이(5)형제는 요즘 이 노래를 부르며 문지기 놀이를 한다. 장단과 가락이 쉽고 함께 따라부르기 좋은 이 노래에 아이들은 때때로 어깨춤까지 춰가면서 흥을 돋운다. 이외에도 까치 노래, 늙은 호랑이 노래 등 전래동요가 상엽이 형제의 주된 레퍼토리. 노래방에 가서도 전래동요를 찾을 정도다.

엄마 이애사(30.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씨는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TV쇼에 나오는 가요나 랩을 따라한다는 데 우리 아이들은 전래동요를 더 좋아한다" 고 말한다.

둘째 상원이는 전래동요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는 사물놀이나 국악에도 관심이 생겼다.

하은경 음악치료 임상연구소의 하은경 소장은 "전래동요는 대부분 놀이와 연관돼 있고 음계가 간단해서 아이들의 인지 능력.운동 능력 발달에 좋다" 고 말한다.

전래동요는 서양의 7음 음계가 아닌 전통적인 우리의 5음 음계를 사용해 음정이 간단하고 따라부르기 쉽다. 또 듣는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2박자계 음률이라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좋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를 노래하면서 하는 모래놀이는 대.소 근육 발달에 좋고,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라고 노래하는 우리집 놀이는 공간감각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의 동요들은 복잡한 음계와 현란한 반주로 어른 노래의 축소판과 다름 없는 실정" 이라고 비판하는 하씨는 "처음 노래를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음정과 반복되는 선율, 소박한 반주가 더 효과적" 이라고 주장했다.

빠른 시간에 쉽게 익힐 수 있어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엄마들이 먼저 전래동요를 익혀 아이들과 부르면 더 효과적이다.

다음은 하씨가 추천하는 전래동요집. 한국육영회에서 엮은 '한국 전래동요' 는 우수한 전래동요들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했고, 도서출판 '보림' 에서 낸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는 0세~3세용, 3세~5세용으로 구분해 놨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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