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2야 소용돌이] 교섭단체 밀려난 자민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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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자민련은 DJP 공조 붕괴 첫날인 4일에도 한껏 기세를 올렸다. 자민련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jamin.or.kr)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수호해줘서 고맙다' 는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당 간부회의 브리핑에서 "그동안 민주당과의 공조 때문에 할 말을 제대로 못했다. 이젠 대북정책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 고 다짐했다.

간부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발언들이 서슴없이 터져 나왔다.

"6.15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의 시작에 불과했다. 시작한 사람이 익지도 않은 열매까지 따려 해선 안된다" 고 성급한 대북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남북문제가 대통령 통치권의 한계를 벗어나면서까지 추진돼선 안된다" "정부 예산을 함부로 사용한다든지, 기업인을 강제로 북한 사업에 참여시키는 일을 우리 당이 앞장서서 막겠다" 는 등의 주장도 쏟아졌다.

8개월 만에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또다시 상실함에 따라 그동안 분기별로 14억원씩 받아왔던 국고보조금이 오는 15일엔 5억9천만원으로 8억원 이상 줄어들게 된 데 대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버티면 된다" 는 '비장한'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자민련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에서 꿔왔던 4명의 의원들은 이날 탈당계를 내고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국무위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자민련 출신 장관들도 사표를 냈고, 이는 전부 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자민련 당직자들은 부인하지 않았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당 출신 정부기관 또는 산하 단체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시기가 문제일 뿐 다들 현재의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란 점을 잘 아는 듯했다. 당 일각에선 "1995년 YS를 떠나 자민련 창당 때는 이보다 더 어려웠지만 그해 지방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고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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